김준성의 건축 강의 – 개념에서 건축으로
브라질에서 건축 공부를 시작해 포르투갈과 미국 등 여러 대륙에서 건축 활동을 해온 건축가 김준성이, 학생 때부터 작업한 프로젝트 중 47개를 선별해 소개한 책이 출간됐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4차례에 걸쳐 이뤄졌던 건축 강의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건축주를 만나는 단계에서부터 시공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상황들, 그리고 완공 후에 느끼는 감회까지, 저자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건축의 전 과정에 대해 얘기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 건축의 철학적 고민들이 어떻게 발전하여 건축물로 완성되는지,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책은 총 네 개의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1장, ‘개념에서 체험으로’에서는 추상적 개념을 건물로 환원시키는 방법을 다룬다. 오랜만에 고국에 돌아와 찾았던 강원도 땅이 온통 파헤쳐진 모습에 충격을 받아, 아무것도 해치지 않는 건축을 시도했던 ‘비승대 성당’, 현학적인 개념보다는 경험자가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새로움의 본질에 다가서고자 했던 ‘토네이도 하우스’ 등 12개의 프로젝트가 소개된다.
2장, ‘안으로부터 풍경’은 다수의 종교 건축물과 ‘미메시스 아트하우스’, ‘휴머니스트’ 등 총 11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이용자들이 건물 안에서 어떤 체험을 하게 되는지를 살펴본다.
3장, ‘밖에서 시작되는 풍경’에서는 건축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또다른 의미를 탄생시킨 19개 작품을 보여준다.
마지막 4장, ‘그리기와 만들기’에서는 구조, 재료 등을 중심으로 9개 프로젝트를 설명한다. 신촌의 ‘아트레온’, 헤이리의 ‘한길 북하우스’ 등이 구축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저자의 건축 인생에서 중요한 기점이 되었던 일화와 프로젝트들도 함께 담아냈다. 스승인 스티븐 홀의 스케치, 평면도, 모형을 통해 ‘개념’을 ‘건축’으로 승화시키는 거장의 방법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알바루 시자와 함께 작업하며 나눴던 담론도 수록했다. 대학원생 때 만났던 미국 건축가 안토니오 프레덕이 저자에게 했던 질문에 대해서도 되짚어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지어지지 않은 작업까지도 소개하면서, 건축주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한 작업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하여 다른 건축에 적용되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전 세계를 누비며 자신만의 시각으로 특유의 건축 세계를 발전시켜 온 김준성이 들려주는 폭넓은 이야기들은 후배 건축가와 학생들에게 좋은 조언이 될 것이다.